미완성/Unfinished

 

서촌의 하루

LP판을 작년에 샀는데 아직도 틀어보지 못한 채 장롱 구석에 박혀있다.
턴테이블은 녹슨지 오래됐다. 마지막으로 틀었던 음악은 빌 에반스의 On Green Dolphin Street. 제목이 특이해서 10년전에 구입한 음반인데 줄곧 듣게 됐다.

천장에서 물이 새고 있다.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더니 이제는 세숫대야 세 개를 써도 넘치는 마당이다. 수리공을 부르려면 전화를 해야 되는데, 핸드폰 요금이 밀린지 석 달이나 되어간다. 제기랄, 좀 봐주지. 개새끼들.

오전 11시 28분. 전보다는 조금 더 일찍 일어났다. 식탁에는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우유와 말라 비틀어진 라일락 꽃이 진열되어있다.
부패된 음식의 썩은내가 숨을 조인다. 파리가 달라붙은 장조림의 고약한 냄새가 내 목구멍을 침투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파리는 놀리다시피 윙윙거린다. 입에서는 더 이상 침이 고이지 않는다. 찢겨저버린 잇몸 사이에는 피가 그새 또 흐른다.

언제부터 자는 곳, 사는 곳, 숨 쉬는 곳, 먹는 곳, 이 세상 모든 곳들이 다 부질없게 느껴진다. 그냥 곳은 곳이다. 곳과 곳 사이에서 무얼 할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한심하다. 뭘 고민해. 어차피 곳곳마다 다른 점은 없어.

내 방은 서촌 끝자락에 위치한 낡아빠진 원룸. 서촌이 지금의 서촌이 되기 전에 사놨기 때문에 비싸지는 않았다. 북촌이 북적북적 해지면서 원래 볼품없던 서촌이 개발되고, 너도나도 다 서촌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원래는 왕과 그의 신하들만 거닐 수 있었던 경복궁. 이제는 동서남북으로 소음이 끊이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 몸은 경직된다. 마비라는 괴물은 뇌혈관에서 시작해서 발톱까지 퍼진다. 느리게, 느리게, 서서히, 그러나 머지않아 끝까지. 발톱에 다다르면 나는 무의 세계를 접한다. 감각의 상실, 언어의 소멸, 느낌의 멸종. 세 개의 세계과 내 안에서 충돌한다. 겉으로는 무색한, 하지만 안에서 소용돌이 치는 이물감.

오늘도 앉아서 천장을 본다. 하염없이 본다. 멍 때릴만큼 본다. 아무 생각도 안 들때까지 본다. 그래야 덜 아프니까.

10년전, 나는 뭔가를 좋아했었었다. 특히 조창인 작가의 <가시고기> 라는 책을 한창 좋아했었다. 백혈병을 앓고 있는 아들을 간호하는 아버지의 내적 혈투를 그린 이야기이다. 책의 중간 즈음, 아버지는 이 구절을 곱씹는다 – “그대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하던 내일.”

이제는 좋아하는 것도 없다. 나는 죽어간 이가 되고 있다. 그렇지만 그토록 살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저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인생이라는 바다 안에서 열심히 발길질할때는 지나고, 다리에는 경련과 마비밖에 안 남았다.

빌 에반스의 On Green Dolphin Street를 틀고 잠을 취한다. 피아노의 뚱땅거리는 소리가 감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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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might be my last post on this blog for a while. Reason being is that I started writing in my journal. I’m slowly transitioning offline, taking my writing with it.

I wrote this short story in Korean after reading Ryu Murakami’s Almost Transparent Blue. Murakami’s prose is gut-wrenchingly graphic and deliberately sadomasochistic, but ultimately devoid of meaning. He writes with meaning to achieve a state of meaninglessness. I wanted to write in a way that modeled after his philosophy of existential futility.

I’ll continue to write. I’ll work to sharpen my word choice, fine-tune my prose, and be honest with my stories. After all, a piece of writing is a vessel to one’s inner emotions and thoughts.

Hopefully, with the right lexical tools at my disposal, I can be more true to what I write, and write about things that embody the kinds of truth I hold onto dearly.

To the few who have kept up with my existential musings, thank you for taking the time to read them. I’ll continue to muse, just in a different medium.

Until next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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