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한국에 있으면 한글로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든다.
항상 느낀 점인데, 한글을 읽는게 영어로 읽는 것 보다 더 마음에 와닿는다.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것 같다. 한글로 내 안에 있는 내면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언어의 장벽 앞에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못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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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가을 이후 처음으로 한국에 다시 들어왔다. 그 때는 졸업하기 전, 지금은 졸업한 후.
나는 많이 달라졌지만, 한국은 별다른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 아, 사람들이 입는 옷, 아이돌 유행, 정치권을 잡은 당, 이런 것들은 조금 달랐지만 그 나머지는 다 똑같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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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나에게 한국은 다르다. 언제나 느낀 점이지만 한국에 들어올때마다 다르게 느껴진다. 지난번에 왔을땐 거센 파도처럼 한국은 내 정체성과 이념을 흔들어 놓았지만, 이번엔 물 흐르듯 잔잔히 흘러가는 듯 하다. 뭐가 달라졌을까. 궁금하지만 파헤치고 싶진 않다. 그저 흐르는 데에 몸을 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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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를 좋아한다. 재즈바를 다녔고 (홍대, 합정 압구정, 교대, 이태원), 다닐 계획이다 (종로, 삼청동, 청담). 재즈음악 중에서도 재즈 피아노를 좋아한다. 칙 코레아, 키스 자렛, 빌 에반스, 버드 파웰 등을 좋아한다. 미국에서 유년기를 보냈기 때문에, 나한테 재즈는 미국사회에 입성하는 계기였던것 같다. 한국 전통음악과 재즈는 비슷한 점도 많다. 한국 고유의 “한”, 그리고 재즈의 “소울”. 둘 다 슬픔을 음악으로 고스란히 전달하는 과정에서 표출되는 감정이다. 재즈 평론가 남무성은 <재즈 잇 업> 에서 말한다. 재즈는 완성의 음악이 아닌 과정의 음악이라고.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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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도 무지 좋아한다. 솔직히 처음에는 책 읽기 싫어서 였는데, 이제는 영화도 하나의 비주얼 에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본다. 그래서인지 액션 영화, 히어로물을 별로 안 좋아한다 (약간 재수 없을수도 있다). 오히려 대화를 위주로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을 잘 전달하는 영화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대화/감정/영상미를 두루 겸비한 멜로영화들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감독은 왕가위, 고다드, 카프맨, 허진호, 이창동, 웨스 안데르센. 좋아하는 영화는 <화양연화>, <중경삼림>, <이터널 선샤인>, <봄날은 간다>, <위플래쉬>, <로마의 휴일>, <400번의 구타> 등등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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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늘어놨다. 아직은 좋아하는 것들만 많이 알고, 내가 진정 안 좋아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잘은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더욱 민감했던 것 같다. 좋아하는 것들을 추구하기 위에 안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언젠가 더 뚜렷해 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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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터미널역에 있는 반디앤루니스라는 서점 안을 서성거리고 있었는데,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라는 책이 눈에 들어 왔다. 일단 책 표지가 되게 예뻐서 책을 집어 들었는데, 안에 있는 글귀들도 참 예뻤다. 시간이 되면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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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도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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